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새로운 감독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차기 감독은 지난 4년간 벤투 감독이 만들어 놓은 기반을 토대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성장시켜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차기 감독이 갖추어야 할 능력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을 발전시키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차기 감독에게 필요한 주요 능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계 축구 전술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능력
-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 불안한 수비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능력
-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량 향상을 해줄 수 있는 능력
- 연령대 대표팀과 우리 축구 시스템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
각각의 능력에 대해 아래에서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축구 전술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능력
감독 및 그의 사단에게 필요한 첫 번째 능력은 세계적인 전술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능력입니다. 축구에 정답은 없지만 트렌드는 존재합니다. 전술 트렌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축구가 주도적인지 수동적인지 밸런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축구의 전술 트랜드는 유럽 빅리그에서 생성되고, 월드컵을 통해 알려집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전술 트렌드는 약팀이라도 본인들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본인들의 축구란 준비했던 패턴과 플레이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실현하느냐를 말합니다.
본인들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왜 트렌드가 되었을까요? 감독과 그의 사단이 구현하는 전술이 축구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펩 과르디올라(현 맨체스터 시티 FC 감독)로 인해서 (혹은 조제 무리뉴(현 AS 로마 감독) 시절부터) 감독의 능력이 팀의 실력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2015.7~2017.2 레스터 시티 FC 잉글랜드 감독) 2015-2016 EPL 시즌에 약팀인 레스터 시티 FC를 이끌고 EPL 우승을 했으며, 디에고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2011.12~) 감독도 자신만의 수비적인 전술로 라리가에서 우승했습니다.
최근에는 첼시로 옮긴 그레이엄 포터 감독(2019.5~2022.9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 감독)의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2017년 1부 리그 EPL로 승격)와 토마스 프랭크 감독(2018.10~ 브랜트포드 FC 감독)의 브랜트포드(2021년 1부 리그 EPL로 승격)의 사례도 있습니다.
또 지금은 아스톤발라로 옮긴 우나이 에메리 감독(2020.7~2022.10 비야레알 FC 감독)의 비야레알(라리가, 2020-2021 시즌 첫 메이저 우승컵인 유로파 리그 우승),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2016.06~ 애틀랜타 BC)의 애틀란타(세리에 A, 2018-2019 준우승, 2020-2021 준우승)의 사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르스 피셔 감독(2018.07 ~ FC 우니온 베를린 감독)의 우니온 베를린(분데스리가),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2019.7~2021.6 VfL 볼프스부르크 감독)의 프랑크푸르트(분데스리가, 2021-2022 유로파 우승),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2012.01 ~ SC 프라이부르크 감독)의 프라이부르크(분데스리가, 2015-2016 분데스리가 우승) 등이 있습니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벤투 감독이 만들어놓은 기반에 대해서 앞서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전 글 :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전술(빌드업)과 이강인 선수 합류가 늦은 이유)
차기 감독은 벤투 감독이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스텝업 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이어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을 데려온다 해도 맞지 않습니다.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판곤 전 위원장(2018.1~2022.1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벤투 감독과 같이 기반을 다져놓은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축구를 하는 감독이어야 국가대표팀에 플러스알파가 되어 더욱 성장할 수 있습니다. 벤투의 전술을 보면 기본적으로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으니 그 결에 맡는 감독이 최적입니다. 따라서 게겐프레싱으로 대표되는 압박축구를 구사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불안한 수비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능력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불안한 수비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합니다.
벤투 감독의 전술은 우리 수비력에 비해 너무 공격적이었습니다. '김민재만 믿고 다 올려!' 같은 느낌인데, 실제 공격 장면을 잘 보면 공격수 3명과 공격형 미드필더는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 페널티 박스와 비슷한 높이의 양 사이드에는 풀백들이 전진해 6명이 박스 근처에 위치해 있고, 황인범까지 박스 바로 아래에 위치했기에 총 7명이 공격적으로 올라갑니다.
당연히 뒷공간이 많이 비게 되는데, 이것을 큰 정우영, 김영권, 김민재 세명의 선수가 모두 커버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3명 모두 김민재 급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우리 수비진의 퀄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풀백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약한 편이어서 수비적으로는 밸런스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앞서서 벤투 감독이 만들어 놓은 기반에 플러스를 해야 하는 감독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수비 밸런스 잡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선수들의 퀄리티와 전술적으로 모두 잡아야 합니다. 이 부분은 네 번째 능력과 연결됩니다.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량을 향상 시켜줄 수 있는 능력
세 번째 요구되는 능력에서 말씀드린 대로 수비수 발굴이 절실합니다. 김민재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 뽑는다는 각오로 발굴해야 합니다. 실제로 큰 정우영(1989년생 34세), 김영권(1990년생, 33세) 모두 다음 월드컵에는 출전이 어려운 노장입니다.
벤투 사단의 경우 전문 스카우터도 있었습니다. 바로 수석코치였던 세르지우 코스타입니다. 벤투 사단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제공해주는 자료가 아닌 직접 경기를 관전하면서 선수를 발굴했고, 코칭스태프 전체 합의하에 선수를 뽑았습니다.
황인범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유럽도 아닌 미국 MLS에서 뛰던 선수를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하고, 팀의 중심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조규성 선수도 벤투 사단의 픽입니다. 김천 상무에서 작년 시즌까지 윙어로 뛰던 선수를 국가대표팀에서는 중앙 공격수로 기용했고, 지금은 가장 성공적인 선수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음 감독과 함께하는 감독의 사단에는 전문 스카우터 역량이 있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연령대 대표팀과 우리 축구 시스템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는 연령대별 대표팀과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축구협회에서 권한을 부여해줘야 가능한 일이라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아 강팀이 아니라, 유럽의 강팀과 비교해서도 강팀이 되려면 국가대표 감독의 철학에 따라 연령대별 대표팀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일본 축구 시스템이 부럽습니다. 지난번 글(현대 축구 전술 2 : 위르겐 클롭과 랄프 랑닉의 게겐프레싱 압박축구)에도 언급했지만, 일본은 축구협회가 주도적으로 100년 장기적인 계획과 방향성 세우고, 선수들을 육성하며, 팀을 운영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축구협회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3편에서는 대한축구협회 관점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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