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한 이후 12년 만에 일어낸 쾌거입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지금까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의 역사와 감독 선임 시스템의 발전 및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010년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의 역사
2010년 허정무호가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공 역사를 쓰고, '이제 한국 감독으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에 축구 협회는 당시 전술가로 알려진 조광래 감독을 선임합니다. 조정래 감독이 국가대표를 이끌던 당시에 '만화 축구'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이때에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뉘어 갈등이 많았습니다.
'만화 축구'는 티키타가를 구현하겠는 조광래 감독의 주장을 현실성 없는 만화 같은 축구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당시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히딩크 감독이 이식한 압박이 기반이 된 선 굵은 축구(역습 축구)가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의 축구로 2002년과 2010년에 역사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당연히 선수들과 여론은 '스페인식 축구를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꼭 스페인식 축구를 해야 해?'라는 반발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식 축구에 적합한 선수 풀도 충분하지 않았았습니다. 결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전을 끝으로 조광래 감독은 경질되고, 스페인식 티키타가 축구 시도는 실패합니다.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기 싫어한 최강희 감독(당시 전북현대 감독)을 억지로 데려오는데, 최종예선까지만 맡는 것으로 합의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예선 이후에는 홍명보 감독에게 그 자리가 넘어갑니다.
이것도 정말 잘못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에서 일본을 2:0으로 이기며 3위하고 동메달을 획득한 떠오르는 지도자였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소중한 자원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소모해 버립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4 브라질 월드컵은 1 무 2패로 폭망 했습니다. 2대 4로 패배한 알제리 전이 대표적입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건 홍명보 감독의 잘못이 아니라 축구 협회의 잘못이었습니다.
이후 국내 감독은 안된다는 여론이 득세했고,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당시 알아라비 SC (카타르) 감독) 감독을 선임합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이후 선수들이 '무슨 축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할 정도로 졸장이었습니다. 2017년 6월에서야 슈틸리케의 경질되었는데, 이는 2015년 AFC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아시안컵 준우승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해서 얻은 결과였습니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2018년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신태용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됩니다. 이 상황은 홍명보 감독과 너무 비슷합니다. 신태용 감독은 홍명보 감독보다 실적이 뛰어나지 않고(U-20 월드컵 16강 진출이 끝), 아직 설익었다는 평가가 짙었으나 개인적으로 유능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감독을 또 소모하게 됩니다.
당연히 2018 월드컵도 독일전 기적(2:0 승리)을 제외하고 1승 2패로 실패로 끝납니다. 그리고 축구협회는 항상 감독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유망한 지도자 자산을 두 번째로 잃어버립니다. 축구 협회는 항상 이런 식으로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돌려버리고 뒤에 숨어버립니다.
새로운 감독 선임 시스템 구축과 파울루 벤투 감독 사단 선임
2018 월드컵 실패 이후 축구 팬들은 대한축구협회(KFA)의 개혁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그 여론에 힘입어 당시 김판곤씨(현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가 감독선임위원장에 앉게 됩니다. 김판곤 위원장은 세 가지 공약을 합니다.
- 세계적인 전술 트랜드를 파악하고 있으면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축구를 하는 감독을 데려오겠다.
- 감독 개인이 아닌 사단으로 움직이는 감독이어야 한다.
- 감독의 4년 임기를 보장한다.
그렇게 후보 감독들이 리스트업 되고,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유능한 유럽의 지도자들은 아시아에 와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연히 그들이 납득할 만큼 넉넉한 금전적인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축구협회에서는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유력한 후보 중 한 감독은 '한국에 거주하지 않고, A매치 때만 한국에 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까지 요청합니다. 당연히 그딴 감독을 선임할 수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후순위에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게 됩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자 여론이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여론은 벤투 감독은 포르투칼 A팀과 포르투칼 국가대표 감독을 경험이 있지만 너무 과거 경력이라고 비판합니다. 이후 지도자 커리어가 점점 하락해 현재 중국 리그까지 내려왔는데, 거기서도 실패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비난합니다..
이에 김판곤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이유를 설명합니다. 다른 후보 감독들은 터무니없는 조건을 요구했고, 금액도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순위였던 벤투 감독까지 면담을 했는데, 유일하게 PT를 진행하는 등 어떻게 능동적인 축구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감독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김판곤 위원장 및 위원들은 그의 비전에 매료되었고, 그의 사단과 계약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감독만 선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사단 전체와 계약한 것입니다. 감독 개인이 아닌 사단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이 현재 축구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의미 있는 것은 김판곤 위원장이 감독 선임 시스템을 만들고, 투명하게 감독 선임 과정을 공개하는 등 축구 팬들과 소통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축구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기업 및 조직들의 트렌드입니다. 이 부분은 축구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벤투호는 지난 4년간 수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평가전에서 이강인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엄청난 맹공을 당했죠. 하지만 4년 임기를 지켰고,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었으며, 2022 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에 또다시 성공했습니다.
감독 선임 시스템의 중요성과 차기 감독 선정의
이를 통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과 축구 팬들은 감독 선임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점들을 축구 협회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파울루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은 계약이 종료되었고, 차기 감독을 선임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차기 감독으로 한국 감독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거 조광래, 홍명보, 신태용 감독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 감독은 안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감독 선임 역사를 잘 모르고 하는 주장입니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국적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차기 감독과 그의 사단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그런 감독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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