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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022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린 이유

by 파이프라인만들기 2022. 12. 25.

이번 2022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렸습니다. 카타르 축구 국가대표팀은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 기후가 너무 더워서 개최 시기도 겨울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에서 2022 월드컵이 열리게 된 이유와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의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카타르는 어떤 나라일까 - 위치, 쿠데타, 민주주의/언론개혁
  • 본격적인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하인드 스토리 - 빌드업의 정석
  • 프랑스 대통령이 말한 국익은 무엇일까
  • 2030 월드컵은 또 중동에서 열린다고? (vs 대한민국)

 

카타르는 어떤 나라일까 - 위치, 쿠데타, 민주주의/언론개혁

카타르가 어떤 나라인지 아시나요? 각 사람마다 배경지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은 '중동 어느 나라' 정도 거나 '카타르 항공 타고 도하에 스탑오버 하는 나라' 정도로 알고 알고 있습니다. 카타르에 대해서 모를수록 이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카타르의 위치를 알아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의 신발 모양 땅에서 사우디의 우측 해안에 있는 나라들 중 위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우측해변에 위치한 카타르

지정학적으로는 이슬람교의 다수인 수니파 수장 격인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서쪽에 있고, 동쪽으로는 페르시아만 건너편에 시아파의 수장 격인 이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수니파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큰 나라 사이에서 작은 나라에게 중립 외교는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카타르는 20세기 초중반까지는 천연 진주를 캐서 수출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작은 나라였는데, 양식 진주가 양산되자 카타르 재정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다가 1935년에 인근 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천연가스와 석유로 먹고살기 시작합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석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카타르는 성장합니다. 그리고 1971년 9월 3일, 1916년 특별조약으로 시작된 영국의 보호령이 해제되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합니다.

 

천연가스와 석유로 그럭저럭 잘 살게 된 카타르에서 1995년 왕세자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의 쿠데타가 발생합니다. 특이한 점은 별일 없이 시간이 지나면 국왕이 될 예정이었던 왕세자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것은 적당히 현재에 만족하고 나라를 운영하던 아버지 칼리파 빈 하마드 알사니(전 카타르 국왕, 1972.2.27~1995.6.27)의 통치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습니다. 가스전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운영하면 나라가 더 잘 살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가 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스위스에서 휴양중일 때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버지에게 아래 한 줄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굳이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로운 국왕 칼리파 빈 하마드 알사니가 국왕에 오르고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가스전을 다시 조사하는 등의 적극적인 국정을 펼쳐서 엄청난 결과들을 얻습니다. 단일 가스전 규모로는 최대 매장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현재와 같이 생산할 경우 향후 100년은 더 사용할 양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현재 천연가스 생산국 세계 5위 , 생산량 전체의 13%가 카타르입니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LNG 수출상대국 3위이고, 반대로 우리는 LNG선을 카타르에 수출 중입니다.)

 

카타르는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1인당 연간 소비금액이 1억이 넘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되었는데, 오일머니로 부유해진 중동에서도 이 지수는 1위일 정도로 잘 사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복지는 자국민에 대한 혜택이 많고, 이로 인해 귀화 조건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특이한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구 300만 명 중에서 자국민은 3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 270만 명은 외국인 노동자인데, 고급 노동자부터 건설 노동자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훌륭한 복지는 자국민 30만에게만 유효합니다.

 

중동 나라들은 오일머니로 점점 부강해지자 오일시대 이후를 준비합니다. 가장 먼저 UAE가 두바이를 중심으로 중동의 부동산, 금융, 관광을 선점합니다. 두바이는 초고층 건물 중심의 마천루, 아부다비는 미술관/박물관 중심의 세계 거장들의 건축물 관광 콘셉트를 이루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카타르는 부동산과 금융은 포기하고, 스포츠와 엔터 중심 관광업을 타겟팅 합니다.

 

카타르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민주주의 시행과 언론개혁입니다. 1996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던 BBC 중동지부가 철수를 선언합니다.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국왕은 이 언론사의 인력과 자원을 모두 인수해 카타르 도하에 알자지라를 창설합니다. 그리고 알자지라에 2가지를 당부합니다.

  1. 광고를 받지 말 것(나라에서 자금 제공)
  2.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것(카타르 왕실 내용은 제외)

BBC 출신 기자들까지 모두 인수했기 때문에 능력이 뛰어난 고급 기자들이 많았고, 주변 나라의 왕족들의 각종 비리를 다 조사해서 모두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주변 나라들이 카타르를 싫어하게 되고, 특히 큰 형님 격인 사우디에서 매우 싫어합니다. 그 부분은 2017년 걸프만 동맹국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는데, 단교해제 조건이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였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란과 터키가 도움을 줘서 여전히 알자지라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2003년 설립된 알자지라의 스포츠국이었던 조직을 2012년 독립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산업에 뛰어듭니다. 이 방송국이 BeIN Sports입니다. 이 방송국은 각종 중계권을 보유한 뒤 중동은 물론 유럽에서 주로 서비스하면서 최근 미국, 캐나다, 호주, 터키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카타르는 스포츠와 엔터 산업을 중심으로 오일산업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2001-2002 아시안 컵위너스컵을 개최합니다. 2004년에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축구, 육상 중심의 종합 스포츠 센터)를 설립하는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와 스포츠 과학자들을 영입해 운영합니다. 또한 2006년에는 도하 아시안 게임을 개최했고, 2011년에는 AFC 아시안컵을 개최합니다.

 

이 시기에 UAE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나라를 홍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유럽 축구 클럽의 유니폼 스폰서(에미레이츠 항공)에서 나아가 2008년 EPL의 클럽 팀 중 맨체스터 시티 FC를 인수합니다. 그 유명한 만수르 맞습니다.

 

 

본격적인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하인드 스토리 - 빌드업의 정석

FIFA에서 2010년에 2018, 2022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뽑겠다고 발표합니다. 당시 FIFA 회장은 조제프 블래터(스위스)였고, 차기 회장으로 유력했던 부회장이 미셸 플라티니(프랑스)였습니다. 플라티니가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 FIFA 위원들이 많았습니다. 이때 미국이 다시 한번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로비를 합니다. 그리고 '2018은 유럽에서 개최하고, 2022는 미국에서 개최한다.'로 정리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010년 추첨일이 다가오는데, 개최국 추첨일 10일 전 플라티니(프랑스) 부회장에게 프랑스 대통령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과의 알현 장소에서 카타르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국왕을 만납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플라티니에게 '국익을 위해 카타르를 밀어달라'라고 요청합니다.

 

플라티니는 회장인 블래터(스위스)에게 2022 월드컵 개최국으로 미국이 아닌 카타르를 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을 따르는 FIFA 위원들에게 카타르에 투표하라고 독려합니다. 블래터는 이 사실을 미국에 알립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플라타니에게 연락을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추첨장으로 보내기까지 하는데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 2018 월드컵 개최국은 러시아, 2022 개최국은 카타르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2018 월드컵 개최를 희망했던 영국이 4위로 탈락하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카타르를 비난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당한 미국은 2011년에 FBI를 통해 FIFA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시작합니다.

 

결국 블래터와 플라타니는 사퇴하게 되고, 2016년에 지아니 인판티노(스위스, 2016년부터 지금까지 FIFA 회장)가 회장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2018년에 2026년 월드컵 개최국이 미국/캐나다/멕시코로 결정됩니다. 

 

 

프랑스 대통령이 말한 국익은 무엇일까

프랑스 대통령이 플라티니를 불러서 말한 국익은 무엇이었을까요?

 

카타르 국영재단이 2011년 PSG 파리생재르맹 클럽팀을 인수하고 엄청나게 투자합니다. 2012년에 위에서 말씀드렸던 BeIN Sports가 설립되고, 프랑스 법인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리그 중계권료를 시세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주고 삽니다.

 

2021-2022 리그 1 시즌이 종료되고, PSG 소속의 킬리안 음바페(FC, 파리 생제르맹)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이적 직전에 프랑스 대통령이 전화해서 PSG에 '파리 아니 프랑스의 상징으로 남아달라'라고 만류합니다.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없던 일로 하고, PSG에 남게 됩니다. 레알은 이에 대해 앞으로 음바페 영입은 없다고 비난에 가까운 선언을 합니다.

 

이후에 음바페 선수의 PSG 3년 재계약 조건이 알려지게 됩니다. 연봉 2,700억에 초상권도 모두 음바페에게 귀속(초상권 예상 금액은 연간 2,500억 원), 에이전트 비용으로 2,000억 원 정도를 제공받습니다. 거기에 향후 감독과 선수 영입 시 음바페와 상의 후 결정한다라는 전무후무한 조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타르는 2015년과 2017년에 프랑스 전투기인 라팔을 각각 24기, 12기씩 총 36대를 발주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돈(추정 300조 정도)을 투입해 결국 2022년 11월에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스포츠 산업뿐만 아니라 엔터산업(BTS 정국의 공식 주제가) 그리고 관광 산업에도 큰 홍보가 되어, 카타르는 화석 연료 시대 이후의 산업 기틀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한 이유이며, 2022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개최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2030 월드컵은 또 중동에서 열린다고?(vs 대한민국)

이런 효과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움직이기 시작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전통 강자이자, 수니파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UAE와 카타르가 오일 산업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며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사우디도 변하기로 결정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유인 '네옴시티'와 2021년 EPL 클럽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사우디에서는 2030 월드컵 개최를 위해 공동 개최국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2026부터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FIFA에서 공동 개최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돈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과 함께 2030 월드컵 동북아 개최를 노리고 있습니다. 축구 외교력을 갖춘 일본과 어마어마한 소비 시장을 가진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FIFA와 현 회장 인판티노는 중국으로 좋아하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늘린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을 참가시키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본 것처럼, 월드컵 개최를 위해서는 외교력과 행정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참고로 2030 월드컵 개최국은 2024년에 선정됩니다. 그리고 2030 월드컵은 월드컵 100주년 기념대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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