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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현대 축구 전술 3 : 선수비 후역습(시메오네와 콘테)

by 파이프라인만들기 2022. 12. 24.

현대 축구 전술 세 번째 글입니다. 선수비와 후역습은 4백을 주로 사용하는 디에고 시메오네(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과 3백을 주로 사용하는 안토니오 콘테(현 토트넘 훗스퍼 FC) 감독이 대표적입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4백 수비 기반 선수비 후공격

현대 수비축구를 구현한 건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입니다. 시그니처 전형은 4-4-2로 대변되는 두 줄 수비입니다. 시메오네의 축구 철학은 그의 명언에도 담겨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경기는 1:0 경기다.
- by 디에고 시메오네(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시메오네는 감독으로서는 주로 라리가(2011 ~ 현재)와 아르헨티나(2006 ~ 2011)에서 활동했지만 선수 때는 주로 세리에 A(1996 ~ 2003)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커리어를 봤을 때, 수비축구에 대한 경험과 철학을 수비의 나라 이탈리아 축구를 직접 경험하면서 체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메오네 감독의 기본 개념은 '축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이 적게 나는 경기다'입니다. 시메오네는 축구 경기는 1골을 넣기도 힘들며, 많이 넣어야 3골 정도 나는 경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골을 넣으려 하지 말고, 골을 내주지 않는 축구를 구현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시메오네는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양분하고 있는데, 선수 구성이나 자금력으로 볼 때 비슷한 축구를 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언더독 입장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레알이나 바르셀로나가 공격해도 실점을 하지 않도록 수비 축구를 뾰족하게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시메오네의 4-4-2 두 줄 수비 전술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수비를 할 때 플랫하게 4명씩 두 줄을 구성하고, 1선에 2명이 한 줄을 구성해 3줄로 서는데, 측면은 버린다는 느낌으로 중앙을 촘촘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만듭니다. 중앙이 촘촘하기 때문에 수비가 밀집되어 있는데, 뒷공간이 비는 것을 고려해서 라인을 최대한 아래로 내립니다.

 

시메오네가 사이드를 버리는 이유는 치명적인 순간들이 정면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측면이 뚫린다고 해도 결국 골을 넣기 위해서는 중앙으로 공을 배급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측면에서도 득점을 할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확률이 떨어집니다.

 

중앙에서 선수들이 두 줄로 촘촘하게 서지만, 결국 공의 이동에 따라 측면으로 선수들 간격이 유지된 상태에서 이동합니다. 이때 빈 공간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부분은 1선에 있는 공격수 2명이 커버합니다. 결국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의 핵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선수들 간의 간격입니다.

 

모든 상황에서도 선수들 간의 간격이 유지되어야 하기에 훈련량이 엄청 많으며,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게겐프레싱 만큼 체력 소모가 큰 전술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미 월클의 선수보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어있는 유망주들을 선호합니다. 시메오네와 함께 성장한 선수들은 시메오네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고 하네요.

 

중앙 지향적인 두 줄 수비 전술이다 보니, 측면 미드필더는 윙어가 아닌 중앙 지향적인 선수를 기용합니다. 수비를 할 때, 체력 소모가 가장 많은 포지션이 미들필드 4명 라인 중 측면에 서는 두 선수입니다. 문제는 역습할 때 이 측면에 서는 두 선수에게 뛰어나가라고 하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주로 중앙 지향적인 미드필더를 기용합니다.

 

볼 탈취에 성공하면 중앙 미드필더가 4명이나 있기에 짧은 패스를 통해 빠르게 전방측면으로 뛰어나가는 공격수에게 패스하는 역습 방식을 사용합니다. 지공 시에는 측면 공격을 양쪽 풀백이 담당하며,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는 하프 스페이스 공간으로 침투합니다. 그래서 공격할 때 6명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 부분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수비를 할 때 4-4-2 두 줄 수비를 사용하며, 중앙지향적으로 촘촘하게 서는 것도 비슷합니다. 지공 공격을 할 때 비슷한 양 사이드에 한 명씩 위치하고, 중앙에 원 톱이 있고, 하프 스페이스를 윙어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세컨드 스트라이커)가 공략합니다. 그러면 페널티 박스 안에 순간적으로 5명의 선수가 포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가나의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내준 상황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선수들이 촘촘하게 간격을 잘 유지하고 있는데, 측면으로 기드온 멘사(가나 대표팀) 선수가 올라가면서 조던 아이유(가나 대표팀) 선수가 내려옵니다. 두 선수를 막기 위해 김문환(DF, 전북 현대) 선수와 권창훈(MF, 김천상무프로축구단) 선수가 내려왔고, 순간적으로 아이유 선수가 비었습니다. 여기서 크로스가 올라왔고, 골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때 김문환 선수와 권창훈 선수가 내려가 있어서 공간이 비었는데, 이 공간을 작은 정우영(MF,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나 조규성(FW, 전북 현대 모터스) 선수가 커버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시메오네의 4-4-2 만큼 치밀하게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펩 과르디올라의 점유 축구를 추구했지만, 수비를 할 때는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역습을 할 때에도 시메오네의 방법을 보여줬으나, 완성도가 높지 않아 전방 연결 확률이 떨어지니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서 원정 16강을 이루어냈습니다 ㅎㅎ

 

시메오네가 명장인 이유는 언더독 입장에서는 수비 축구가 가장 효율적인 축구임을 증명했고, 수비 축구로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시메오네가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리가 리그 2020-2021 시즌 우승) 추가로 위르겐 클롭과 마찬가지로 팀의 재정상 저렴한 선수를 영입해서 최대한 잘 써야 하는 상황인데, 수비수와 미드필더에 한해서 선수들을 잘 기용하고 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공격수의 경우 앙투안 그리즈만(FW,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후로 딱히 성공했다고 할 만한 선수가 없네요.

 

시메오네의 단점이 바로 이 공격수와 체력 입니다. 시메오네는 공격 방면에서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수비 지향적인 감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데, 보통 공격은 선수들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필수입니다. 또한 게겐프레싱만큼 필요한 체력으로 인해서 시즌 말에 가면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를 보입니다. 선수층이 얇다면, 시즌 막판에 무너지는 경기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안토니오 콘테의 3백 수비 기반 선수비 후공격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 훗스퍼 FC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답게 수비적인 축구를 선호하며, 3백 수비를 즐겨 사용합니다. 콘테의 3백 성공은 3백을 부활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수비적인 3백이 아닌, 공격적인 3백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수비 후역습이라고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가신다면, 끝까지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콘테도 초창기에는 4백 수비도 사용했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3백 수비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는 콘테가 세리에 A의 유벤투스 FC에서 감독을 맡을 때(2011~2015)입니다. 초기에는 변형 3백을 사용했습니다. 한쪽 풀백이 윙어처럼 올라가고, 센터백들은 빈 공간 쪽으로 이동하고, 반대쪽 풀백이 중앙 쪽으로 수비적으로 움직이면, 3백이 되는 구조입니다. 변형 3백을 사용하다가, 아예 3백으로 전환하고 윙어와 같이 공격적인 선수를 윙백으로 기용합니다. 현대적인 3백의 시작이죠.

 

콘테의 3백 전술에 가장 큰 특징은 윙백입니다. 윙백은 윙어처럼 올라가는데 한 쪽 윙백이 크로스를 올려준 것을 반대쪽 윙어가 받아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플레이를 선호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선수를 올립니다. 그래서 윙어와 같이 공격적인 윙백을 선호하며, 윙어를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시키는데 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첼시의 모제스와 인터밀란의 페리시치가 있습니다. 지금은 토트넘이죠

 

콘테의 3백이 과거의 3백과 다른 점은 3백의 양쪽 스토퍼(센터 포워드를 마크하는 선수)를 풀백처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중앙으로 모이고 윙백이 윙어처럼 움직이는데, 뒤에서 도와줄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양쪽 스토퍼가 수행하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가 어차피 공격은 양 사이드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격하는 측면의 스토퍼는 올라가지만 반대쪽의 스토퍼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빈자리를 메꿔줍니다.

 

콘테의 전술에서 수비를 할 때에는 윙백이 내려와서 5백을 구성합니다. 5백이 되면 핫한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까지도 커버가 가능해집니다. 콘테의 스토퍼는 풀백처럼 공격 지원도 하지만 미드필드에서는 빌드업을 지원하기도 하며, 반대편 윙어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왼쪽 스토퍼는 오른쪽 윙백이나 윙어에게, 오른쪽 스토퍼는 왼쪽 윙백이나 윙어에게 말이죠.

 

콘테는 정발(오른쪽 윙어면 오른쪽 발, 왼쪽 윙어면 왼쪽 발을 쓰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는 윙백은 직선적으로 올라가서 크로스하는 것과 스토퍼들이 풀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도 같은 역할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콘테의 3백이 수비할 때의 포메이션은 5-4-1로 4-4-2 두 줄 수비에서 공격쪽의 한 명이 수비지역으로 내려온다고 보면 됩니다. 시메오네처럼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기 때문에 보통 역습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先수비 전술을 사용하는 감독으로 분류합니다.

 

콘테가 역습이나 공격을 할 때는 공격적으로 나가는데, 이것은 3-5-2와 3-4-3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중앙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세리에 A(유벤투스 FC, FC 인터밀란) 감독시절에는 주로 3-5-2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윙 자원이 풍부한 EPL 리그(첼시 FC, 토트넘 훗스퍼 FC) 감독 시절에는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습니다.

 

3-5-2 포메이션을 사용할 때는 미드필더 라인을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시스템)를 사용하는데, 이 포지션에는 활동력이 왕성하면서 볼 탈취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선호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첼시 시절 은골로 캉테 선수(MF 첼시 FC, 2016~)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에 한 명은 창의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를 기용합니다. 인터밀란에서는 크리스티안 에릭센(2020~2021 인터밀란), 니콜로 바렐라(현 인터밀란 MF)가 대표적이었고, 유벤투스 시절에는 조금 아래에 위치한 후방 플레이메이커인 안드레아 피를로(2011~2015 유벤투스)가 대표적입니다.

 

투톱 공격수는 주로 빅앤스몰 조합을 사용합니다. 유벤투스에서는 카를로스 테베즈(2013~2015 유벤투스)와 페르난도 요렌테(2013~2015), 인터밀란에서는 라우나토 마르티네스(현 인터밀란 FW), 로멜루 루카쿠(현 인터밀란 FW)를 사용했습니다. 

 

3-4-3 포메이션을 사용할 때는 3-5-2와 같이 왕성한 활동량과 볼 탈취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첼시의 캉테, 토트넘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현 토트넘 MF)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스피드가 빠르고, 드리블 능력이 있어 전진성이 강한 윙어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첼시의 토르강 아자르(2012~2015 첼시)와 윌리안(2013~2020 첼시),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을 기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원톱은 등딱(공을 키핑한 선수가 상대 수비스를 등지고 버티는 몸싸움)이 가능하면서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를 선호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첼시의 루카쿠와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 있습니다.

 

콘테의 전술에는 전 포지션에 걸쳐 왕성한 활동량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윙백은 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전방 압박은 하지 않는 편이며, 아래로 내려와서 수비 라인 정비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3-4-3에서도 창의적은 패스를 하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그게 안 되는 경우 첼시에서는 아자르라는 드리블러를 통해 전진했고, 토트넘에서는 케인이 내려와 패스를 뿌려주면서 부족한 창의성을 데얀 쿨루셉스키(MF, 토트넘)가 보완하도록 했습니다.

 

콘테의 약점은 플랜 A가 막혔을 때, 플랜 B로 전환하는 능력 부족입니다. 그래서 그의 커리어를 보면 한 팀에서 롱런하는 모습보다는 우승 이후 성적이 떨어지면 옮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전성기인 선수를 선호하는데, 영입해주지 않으면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인터밀란 감독 시절) 현재 토트넘에서도 같은 문제에 놓여있는데, 작년에 잘 되었던 플랜 A가 부상 및 상대의 전력분석으로 막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콘테의 현대적인 3백은 세계 전술의 유행이 되어 많은 감독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머스 투헬이나 율리안 나겔스만과 같은 전술 변태들은 물론, 떠오르는 감독인 그레이엄 포터(현 첼시 FC 감독) 등이 대표적이며, 세리아 A에서는 많은 팀들이 3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K리그 팀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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