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현대 축구 전술 트렌드의 대표적인 네 가지 유형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포지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점유 축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포지션 플레이에 기반한 점유 축구는 현재 맨체스터 FC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이 대표적입니다.
현대 축구 전술 트렌드 유형
현대 축구 전술의 트렌드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펩 과르디올라(현재 맨체스터 FC 감독)로 대표되는 포지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점유 축구
- 위르겐 클롭으로 대표되는 게겐 프레싱
- 디에고 시메오네와 콘테로 대표되는 선수비 후역습 축구
- 안첼로티 무리뉴로 대표되는 밸런스형 축구
현대 축구 전술 트렌드는 유형은 다르지만 '토탈 풋볼(이하 토탈 사커)'와 '압박축구'라는 전술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토탈 사커는 60년대 AFC 아약스의 전성기를 일구었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축구 철학입니다. 그 이전까지 축구는 수비수는 수비, 공격수는 공격만 하는 분리 축구였습니다. 이것을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토탈 사커(말 그대로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현대 축구 전술이 시작됩니다.
토탈 풋볼(토탈 사커)의 뜻과 발전
토탈 풋볼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토탈 사커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를 구현하기 위해 선수들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하고, 패스틀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입니다. 토탈 사커에서 수비를 할 때 볼을 가진 선수를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해서 탈취합니다. 이로 인해 뒷공간이 비는 단점이 있는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술이 발전합니다.
미헬스 감독의 토탈사커는 요한 크루이프 선수를 통해서 완성됩니다. 전술적인 아이디어는 미헬스 감독이었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완성시킨 것이 요한 크루이프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둘은 AFC 아약스 암스테르담 팀에서 토탈 사커를 함께 완성했습니다.
요한 크루이프는 선수 은퇴 이후 AFC 아약스 감독을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을 할 때 토탈 사커를 안착시킵니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 축구의 탄생은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토탈 사커 시대가 이 때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축구 철학을 뿌리내리기 위해 라 마시아(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 인재 육성 정책)도 이때 확립됩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 기반 점유 축구 탄생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FC 바르셀로나 커리어 끝 무렵에 펩 과르디올라가 선수가 팀에 합류합니다. 펩 과르디올라 선수는 크루이프 감독을 통해 바르셀로나 식(어떻게 보면 네덜란드 식) 토탈 사커를 직접 겪으면서 체득합니다.
펩 과르디올라는 당시 라리가 감독이었던 후안 마누엘 리요(후안마 리요)를 만나는데, 그의 팀과 전술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펩은 이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나는 그를 알아봤고, 그는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실제로 펩은 축구 경기 이후 여러 차례 후안마 리요를 찾아가 전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후 선수 생활 막바지에서 갑자기 멕시코 리그, 이탈리아 리그, 중동 리그 등에서 뛰기도 합니다. 이유는 리요 감독이 있는 팀에서 함께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리요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합니다.
크루이프 감독으로부터 바르셀로나 식 토탈 사커를 체득하고, 리요 감독의 전술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 텝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점유 축구입니다.
포지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점유 축구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점유 축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축구 경기장을 15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한 구역에는 한 선수만을 위치시킵니다. 선수는 11명이고, 구역은 15개이므로 선수들은 빈 구역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패스를 주고받습니다. 이 패스 플레이가 '티키타카'입니다.
15개의 구역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구역이 하프 스페이스입니다. 하프 스페이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5등분 할 때, 중앙과 양 사이드를 제외한 구역입니다. 실제 중앙 수비수와 사이드 백의 중간 지역으로 끊임없이 침투합니다. 여기서 발생한 용어들이 메짤라, 폴스 나인, 인버티드 윙어입니다.
- 메짤라 : 공격형 미드필더를 의미하는 축구 용어. 미드필더가 중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측면에서도 공격에 참여하는 포지션. 중앙과 사이드를 왔다 갔다 하는 플레이 롤로 대표적인 선수로는 케빈 데 브라이너(맨체스터 시티 FC)가 있음
- 폴스 나인 : False 9 가짜 9번 전술.(9번은 팀의 주 득점원의 백넘버)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간의 무한 스위칭으로 수비를 허무는 전술. 대표적인 선수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FC)
- 인버티드 윙어 :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반대발 윙어를 배치해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격수. 대표적인 선수는 손흥민(토트넘 훗스퍼 FC)
빌드업을 위해 발을 잘 쓰는 골키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공이 있는 공간에 얼마나 많은 선수를 포진시키냐가 이 전술의 중요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골키퍼도 필드 플레이어로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노이어 골키퍼가 있습니다.
수비에서는 빌드업할 때 상대의 압박을 풀어내기 위해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적극 사용합니다. 상대의 압박을 풀어내는 것은 숫자 싸움을 위해 필수인 요소입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란 수비형 미드필더가 양쪽 센터백 사이로 들어오는 전술입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세르히오 부스케츠(FC 바르셀로나), 기성용(FC 서울), 홍명보(과거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등이 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수적 우세를 가져가기 위해 인버티드 풀백이라는 개념도 생겼습니다. 인버티드 풀백이란 중앙으로 접고 들어와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는 풀백을 의미합니다.
포지션 플레이를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공 근처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상대보다 뛰어나 1:1에서 질적 우위를 가져야 합니다. 포지션 우위를 위해 우리 선수가 상대 선수보다 좋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펩의 축구 전술에는 탈압박 능력이 있고, 패스를 잘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전술적 이해도가 높은 선수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그런 선수들은 몸값이 비쌉니다.
점유 축구(토탈 사커)의 약점과 해법
포지션 기반 점유 축구의 약점은 토탈 사커가 갖는 약점과 같습니다. 바로 뒷공간입니다.
포지션 플레이를 통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촘촘한 간격과 높은 라인으로 발생하는 뒷공간은 어쩔 수 없습니다. 뒷공간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역습 패턴이 강한 팀에게 밀립니다. 대표적인 팀으로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훗스퍼 FC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점 공약의 1등 공신이 바로 우리의 손흥민 선수입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발이 빠르고, 커버 범위가 넓고, 판단력이 좋은 선수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비 능력과 피지컬도 갖춰야 합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 FC, 수비수)와 김민재(SSC 나폴리, 수비수)가 있습니다.
여담으로 세계적으로 포지션 플레이로 방어가 가능한 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김민재 선수가 특별합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김민재 선수를 눈여겨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것은 또 현재 감독인 에릭 텐 하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의 스타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점유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점유 축구를 기반으로 하는 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EPL(English Premier League)에서는 펩 감독의 수석 코치였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 FC가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FC의 전술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아르테타의 전술적인 아이디어도 맨시티에 녹아있습니다.) 토탈 사커라는 큰 개념으로 보면 텐 하흐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도 점유 축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 FC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크루이프와 펩이 만들어 놓은 팀과 그 팀에서 뛰었던 선수이니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
국가대표 팀으로 보면 스페인과 독일이 있습니다. 독일 대표팀 같은 경우 펩이 FC 바이에른 뮌헨(독일) 감독 시절 구사했던 점유 축구를 경험한 선수들 영향이 큽니다. 현재 독일 주전 라인업의 6명이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표팀도 토탈 사커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토탈 사커를 기반으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마무리하며
펩 과르디올라의 점유 축구는 토탈 사커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압박 축구도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게겐 프레싱에서 압박 축구의 면모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축구의 공통점은 강력한 압박을 통해 볼 소유권을 획득한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펩의 축구는 볼 소유권 획득 이후 패스를 통해 경기를 점유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것입니다. 게겐 프레싱은 볼 소유권 획득 이후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바로 공격 작업을 진행하는 점이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게겐프레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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