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슈퍼리그인 ESL은 공식화되기 전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이슈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럽 빅클럽들이 ESL에 초기부터 참여한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돈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 보겠습니다.
유럽 빅클럽들이 ESL 유럽슈퍼리그를 하려는 세 가지 이유
유럽의 빅클럽들이 ESL을 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 돈 - 미국 자본, FFP, 코로나
- 위기감 - EPL 이외 리그의 빅클럽들의 위기감
- 축구팬 - 코로나로 인해 계속 줄어드는 축구팬
이전에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프리미어 리그(EPL) 이외의 리그에서는 자금난에 놓인 클럽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FFP'와 '코로나' 등의 이슈로 빅클럽 중에서도 자금난에 놓인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축구 클럽들의 수입(돈) 뿐만 아니라 축구팬 층에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과 습관을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새로운 축구팬들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수입(돈)과 축구팬(사람)이 줄어들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인구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그나마 사람이 많은 곳으로 모이는 것처럼 돈과 사람이 EPL로 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 빅클럽들이 ESL을 하려는 이유는 돈, 축구팬, 위기감(쏠림 현상)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 가장 중요한 돈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SL을 하는 이유 첫 번째 이유 : 돈
ESL을 하려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돈입니다. 돈은 ESL 뿐만 아니라 모든 리그들과 축구 클럽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더 상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돈이 더 필요한지를 미국 자본의 진출, FFP 도입, 코로나 세 가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1 미국 자본의 진출
미국 스포츠 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미국에는 미식축구(National Football League NFL), 야구(Major League Baseball MLB), 농구(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NBA), 아이스하키(National Hockey League NHL) 4대 리그가 스포츠 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보시면 이 4개의 종목은 글로벌 스포츠가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스포츠는 당연히 월드컵으로 대표되는 축구(Soccer)입니다.
축구가 가장 글로벌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가입국가 숫자입니다. WTO(세계 무역기구)에 가입한 국가가 164개국인데, FIFA에 가입한 나라는 211개국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스포츠 재벌들은 글로벌하지 않은 종목으로도 전 세계 산업규모가 가장 큰 3개의 스포츠 리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글로벌한 종목인 축구에 자신들의 상업적인 노하우를 접목하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 전 세계 스포츠 리그 규모 탑 4(top professional sports leagues by revenue 2020)
- NFL(미국) : 16 억 달러
- MLB(미국) : 10.7 억 달러
- NBA(미국) : 8.8 억 달러
- EPL(영국) : 7.8 억 달러
스포츠 재벌 중에서 가장 먼저 축구 산업에 뛰어든 것은 조엘 글레이저의 글레인저 가문입니다. 맬컴 어빙 글레이저가 2005년에 자금난에 허덕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를 인수합니다.
글레인저 가문은 맨유 지분 75%를 7.9억 파운드 한화로 약 1.2조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2023년 초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매각 예상 금액은 약 60~70억 파운드, 한화로 약 9~11조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통해 얻게 되는 시세차익이 10배에 가까우며, 맨유를 17년 운영하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약 16억 파운드로 한화 약 2.4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0년에는 존 헨리의 리버풀 FC, 2011년에는 스탠 크랑키의 아스날 FC, 2022년에는 토드 보엘리의 첼시 FC 인수가 있었습니다. 현재 빅 6 구단들(맨시티, 맨유, 리버풀 첼시, 아스날, 토트넘) 중 4개 구단이 미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자본이 들어오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규모가 거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가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ESL 슈퍼리그 구상과 만납니다.
미국 스포츠에는 구단주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강등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1부 리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2부 리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차이가 크기 때문에 강등되면 구단의 재정이 매우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 투자자들은 유명해진 팀들의 경기가 확정된 포스트 시즌이 돈이 되는 걸 알고 있습니다. MLB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 팀과 경기 수를 늘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ESL에서는 고정팀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강등제를 없앴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정팀의 구단주들은 강등이라는 리스크 없이 구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포스트 시즌 같은 빅클럽 간의 경기를 통해 확고한 수익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ESL 출범을 위해서 JP모건 체이스를 투자자로 끌고 들어와서 60억 달러(약 7조 2천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습니다. 이 금액은 ESL의 출범자금입니다. JP모건 체이스에서 이렇게 큰 금액 투자를 약속한 것은 예상 수익 때문입니다.
ESL 한 시즌에서 예상되는 수익은 약 100억 유로(약 13조 원)입니다. 현재 EPL 최고 매출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1년 매출이 약 1조 인 것을 보면 엄청난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 FFP 도입으로 인한 더 많은 수익의 필요성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UEFA(유럽축구협회)에서는 FFP(Financial Fair Play)라는 룰을 도입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축구 경기를 통해 벌어들인 만큼만 쓰라는 것이죠.
2000년대를 들어서며 거대 자본이 축구 산업에 들어오고 클럽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집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첼시와 맨시티, PSG가 있습니다.
이로 인한 전력 격차를 좁히고자 자본이 부족한 클럽들에서는 무리한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한 몇몇 클럽들에서 재정적 문제가 생기면서 파산하는 구단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으로 클럽과 리그의 붕괴 우려한 UEFA가 FFP를 도입합니다. 자본 치킨게임을 견제하고자 한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각 리그의 빅클럽들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빅클럽이 데려오는 스타 선수들의 경우 이적료와 연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FFP 룰로 인해 선수 수급에 문제가 생기가 된 빅클럽들은 "축구 경기"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ESL입니다.
1-3 코로나로 인한 수익 감소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결리로 무관중 경기가 펼쳐지면서 많은 클럽들의 재정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대적으로 중계권료가 많은 EPL과 재정 건전성이 뛰어난 분데스리가는 버틸 수 있었지만, 라리가와 세리아 A는 타격이 매우 컸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FC 바르셀로나입니다. 팀의 상징이자 레전드 선수인 라오넬 메시를 PSG로 보내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FC 바르셀로나는 코로나 이전부터 쌓여온 부채와 코로나로 인한 수익 감소로 부채가 1조 넘게 쌓여 있었습니다. 거기에 위에서 설명드린 FFP를 맞추기 위해서는 선수단의 연봉 총액을 6억 유로에서 3억 4,700만 유료로 감액해야 했습니다.
당시 메시의 연봉은 1억 3,800만 유로(추정)로 FC 바르셀로나 선수 연봉 총액의 2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메시가 연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라도 연장 계약을 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더라도 FFP를 맞추기 어려워 재계약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으로 PSG로 보내게 됩니다.
메시 외에도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중에 경기가 회복하면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인정으로 호소합니다. 다행히 바르셀로나는 많은 선수들에게 드림 클럽이기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팀에 남습니다.
물론 FC 바르셀로나와 선수들 사이에도 안 좋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여름 FC 바르셀로나가 돈이 필요해서 프랭키 데용(MF, FC 바르셀로나) 선수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로 이적시키려 한 사건입니다.
프랭크 데용도 역시나 바르셀로나가 드림클럽이었으며,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맨유로 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바르셀로나에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여론 몰이를 시작했고, 프랭크 데용도 맞서서 관련 내용을 공개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주겠다고 삭감한 급여가 300억 원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말이죠. 알고 보니 바르셀로나는 그걸 안 주고 보내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재정부실로 인해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자 자유계약 선수들(이적료가 0원)로만 영입해서 팀을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1/22 시즌 중 9위까지 순위가 하락하면서 카타르에서 활동하던 사비 감독을 불러 급한 불을 끕니다. 다행히 결과는 최종 순위 2위 마감으로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 신규 스폰서 계약과 미래의 방송 중계권을 두 차례에 거쳐서 매각한 금액으로 급한 불을 끕니다. 그리고 약해진 스쿼드에 페란 토레스(FW), 하피냐(FW),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FW), 프랑크 케시에(MF),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DF), 쥘 쿤테(DF), 마르코스 알론소(DF) 등을 영입하면서 팀을 재건합니다.(더블 스쿼드 완성)
다시 돌아와서 FC 바르셀로나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른 빅클럽들도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수익원을 몰색하는데, 그게 바로 ESL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탈퇴하지 않은 3팀에 바르셀로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FFP의 제한 때문에 언제든지 다른 클럽들도 다시 ESL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1. 유럽 리그와 축구 클럽들의 위기감 그리고 축구팬의 감소
유럽 리그와 축구 클럽들의 위기감 그리고 축구팬들의 감소
앞선 글에서 유럽의 빅클럽들이 유럽슈퍼리그 ESL에 참여했던 이유 중 하나인 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머지 두 가지 이유인 리그/클럽들의 위기감과 축구팬의 감소에 대해서
mmp2022.tistory.com
2. 유럽슈퍼리그 ESL의 탄생과 현재 상황
유럽슈퍼리그(ESL. Europe Super League)의 탄생과 현재 상황
지난 2021년 4월 19일 유럽의 빅클럽들이 주축으로 설립된 유로피언 슈퍼리그 컴퍼니에서 유럽 슈퍼리그(ESL) 출범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슈퍼리그 ESL이 무엇인지, 어떻게
mmp2022.tistory.com
3. 프리미어 리그 EPL의 탄생 히스토리와 슈퍼리그화 그리고 ESL의 미래
프리미어 리그(EPL) 탄생 히스토리와 슈퍼리그화 그리고 ESL의 미래
프리미어 리그의 탄생 히스토리와 중계권료, 클럽들의 수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세계 각국 리그의 상황과 ESL 슈퍼리그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
mmp2022.tistory.com
3.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유 감독 에릭 텐 하흐와 AFC 아약스에 대해서 알아보기 (0) | 2023.01.11 |
---|---|
유럽 리그와 축구 클럽들의 위기감 그리고 축구팬들의 감소 (0) | 2023.01.11 |
프리미어 리그(EPL) 탄생 히스토리와 슈퍼리그화 그리고 ESL의 미래 (0) | 2023.01.10 |
유럽슈퍼리그(ESL. Europe Super League)의 탄생과 현재 상황 (0) | 2023.01.10 |
대한축구협회의 문제점 3. 한국 축구와 선수들 보다 돈을 중시 (0) | 2023.01.01 |
댓글